다음 날 아침. 하해월은 무언가가 저를 짓누르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 보여야 할 곳에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까, 예비경이 하해월 위에 올라타서 제압하는 듯한 자세로 있었다. “네…?” 다소 복합적인 이유로, 하해월의 입에서는 얼빠진 소리가 나간다. 그 소리에 움찔한 예비경이 날카로운 눈으로 하해월을 훑는다. 맹수 그 자체였던 눈동자는 다행...
소년, 이리드니 오스카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 그의 부모님은 언제나 씁쓸한 표정을 지으시지만. 그렇다고 오스카의 ‘선천적인 이질성’을 굳이 문제 삼지 않았다. 최초의 이리드니가 그러했듯이, 현명하게 무리를 이끄는 일에 문제는 없으니까. 괜히 그가 위의 형님을 재치고서 ‘후계자’가 된 게 아니니까. 【로렌스님, 분하지는 않으십니까...
불길하다. 불길하고도 이상하다. 함정…까지 갈 일은 아니겠지만. 무언가에 휘말린 느낌이 선명하다. 신체를 자르고 그 자리를 지지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좋은 일은 아닐 테고. 하지만. 질병의 마왕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의사였던 아라트의 교육을 받았던 슈바르츠다. 물론 고양이인 탓에 한계가 있었지만. “<됐다!>” 당장에 급한 불부터 껐다. 딱 그 정도였으나...
“야야야야! 저저저저!” 박당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물러나려다가 멈춘다. 그는 빠르게 저론시랑과 천성채를 살폈다. 저론시랑은 진작 장창을 쥔 상태고, 천성채는 늘 태연했으니까 빼자. 겸사겸사 예비경을 보니, 하해월의 눈치를 보면서도 입안에 저녁의 기운을 뭉친다. “야! 그- 일단 도망친다!?” 당황한 와중에도 판단은 빨랐다. 박당은 떨리는 손으로 하해월...
신벌이 거두어졌다. 그 말을 서둘러 증명하고 싶었는지. 아니면 길고 긴 시간 동안 움츠렸던 것이 많았던 탓인지.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 바람이 불고, 곳곳에 푸른 새싹이 기지개를 켜며,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덕분에 이 한가을에 때아닌 풀빛으로 가득한 봄을 보게 된 가운데. “먀아…?” 중간에 마주친 이상한 데르를 개나리로 바꾸고 걷던 중. 이상한 것을 발견...
슈바르츠의 다음 목적지는 자연스레 [이리드니]가 되었다. 펄의 고향이었을 땅이자, 검은 세르족이 일군 도시. 물론 오로라고 하는 걱정거리가 있어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정보 길드에서 산 지도를 펼쳐보던 슈바르츠가 고민하고 있었을 때. 지도 구하는 법을 알려줬던 론이 툭 던진다. “네 형이라면, 내가 손을 써주마.” “먀?” 잠깐 설명하자면, 이곳 [세...
하해월은 어떻게든 말려 보려다가, 결국 포기했다. 부디 여기서 더 원한을 늘리지 않기를 빌며, 일단 옷부터 입히기로 했다. “저- 예비경씨. 그래도 지금 두루마기를 입고 있는 걸 보면, 큰 옷은 괜찮은 거죠?” “이건 보따리라 들고 다니는 거예요.” “네?” “형이 방어구 겸 가방 역할을 할 수 있게 이것저것 주술을 걸었어~ 안 그러면 이불 말고는 다 벗고...
「네 놈!」 깡-! 모습을 보이지 않던 또 다른 징벌자인 푸른 쥐, 알이 자그마한 검을 들고서 맞선다. 신관의 모습을 한 징벌자, 명이 그 뒤에서 예를 차리며 사과한다. 「우리도 할 말이 좀 있습니다-만, 바로 본론에 들어가는 게 좋겠지요.」 「…너와의 ‘약속’을 어긴 부분에 관해서는 정말 미안하다.」 “그걸 아는 게,” “먀, 먀악-!” 알명과 론이 오물...
핏물이 가득하던 [에추르]에 때 이른 겨울꽃이 만발했다. 겨울꽃이 된 데르들의 무한히 증식하는 무언가를 떼어내어, 그것들을 따로 가공해 만들었을 산은, 그 거대한 데르는 지금. 그저 악취를 풍기는 거대하고 거대한 오물의 산이었지만. “XX, 신이란 것들이 남의 땅에 X이나 뿌리고….” “먀아아….” 그런 오물 앞으로 슈바르츠를 반쯤 끌고 온 용병왕이 혀를 ...
“네?” 예비경은 분이 안 풀리는 듯 씩씩거리는 느낌으로 말을 전한다. 같이 지내던 예의 ‘형’이랑 함께 이곳에 왔다가, 그대로 강에 내던져진 게 석 달 전이라고. 덧붙여 천성채는 이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던 모양인데. “강에는~ 낚시할 게 아니면 올 일이 없는 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물고기를 만들지 않았으면 어쩌려 했어?” 오죽 어이가 없...
저론시랑이 어리둥절하며 저론시담을 다독인다. 그제야 조금 진정한 저론시담은 곧, 기겁하며 덧붙인다. “그, 그 무서운 분이 여기 계신다고요!?” “무서워? 아, 뭍에 올라와서 날뛰는 모습이 좀 그렇긴 했어.” 하해월의 말에 저론시담은 홱홱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저어댔다. 창백하게 질린 청소년은 억누른 게 터진 듯, 말을 쏟아낸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산이다. 거인이라는 말도 모자란다. 그것은 산이니까. 이르게 찾아온 겨울을 내뱉는 산이었으니까. “뭐, 뭐야….” 갑자기 나타난 거인에 당황한 건, 이번 사태가 처음인 이들만이 아니었다. 제법 오랜 시간, 이 땅을 지켜왔던 이들마저 당황했다. 그런 가운데 눈물을 흘리며 환호하는 것도 모자라, 기도하고 절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아아- 신이시여-!” “어서...
질문하는 작가가 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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